곰단지, 단순하게 좋아 / 이것저것 담긴 블로그

던칸 존스의 '소스 코드(2011)', 워쇼스키 남매의 '매트릭스 시리즈', 크리스토퍼 놀란의 '인셉션(2010)'.

이 모든 작품의 공통점은 가상세계를 다룬다는 데 있습니다. 그리고 조세프 루스낵의 '13층'이란 영화가 있었습니다.

비록 같은 해에 개봉한 매트릭스(1999)에 묻힌 감이 있지만, 가상세계를 다룬 일련의 작품 목록에 결코 빠트려선 안 될 숨겨진 걸작입니다.

가상세계 안의 가상세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당시는 물론이고 현시대 '가상현실'을 다룬 SF 장르의 전기를 마련한 작품이죠.






재미와 오락적인 측면에서 매트릭스에 비할 바 못하기 때문에, 흥행 면에서는 크게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습니다.

조세프 루스낵 역시 이 작품으로 정점을 찍고 내림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고요. 그렇지만 이 모든 반응은 차치하고라도,

'13층'은 SF가 그릴 수 있는 가상현실에 대한 가장 깊이 있는 통찰을 보여줬고, 관객이 극장 문을 나설 때 생각할 거리를 줬다는 점에서,

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. '혹시 내가 사는 이 세상도 만들어진 세계가 아닐까?' 누구나 한 번쯤 해 봄 직한 고민이죠.

이보다 앞서, 짐 캐리의 '트루먼 쇼(1998)'가 '만들어진 세계'에 던져진 한 인간의 해학을 다루었다면, '13층'은 '가상세계'에 사는 인류의 자기 통찰과 고민을 자못 심각히 다루고 있습니다.



13층 (1999)

The Thirteenth Floor 
8.5
감독
조셉 러스낵
출연
크레이그 비에르코, 아민 뮬러-스탈, 그레첸 몰, 빈센트 도노프리오, 데니스 헤이스버트
정보
SF, 판타지, 스릴러 | 독일, 미국 | 100 분 | 1999-11-27

여러모로 재평가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. 1999년엔 '매트릭스' 뿐만 아니라 '13층'도 있었다는 걸 많은 이들이 알아주었으면 하는 바람입니다. ^^